낙 장 불 입/사건과 구라 | Posted by 손윤 2006/07/13 16:48

어 그래 ... ?? (6)




일명 황우석파동과 함께 여기 저기에서 XX의 음모가 어쩌고 OO의 음모가 저쩌고 하는 이야기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처음에는 황우석팀이 난자와 함께 음모도 채취해서 연구비 마련을 위해서 행운의 부적으로 판매한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음모가 아니였다.

음모론의 본고장은 뭐니 뭐니 해도 정치라고 할 수 있다. 국내정치던 국제정치던 음모론이 사라질 날이 없다. 아니라 다를까 요즘 정치계에서 말들의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유시민의 입각에 대해서도 음모론이 이야기되고 있다.

당-청 ‘개각갈등’…“우리를 무시하나” 일부선 음모론도 [한겨레 2006-01-03]

유시민 입각파문 둘러싼 여당내 음모론과 역음모론 제기 [노컷뉴스 2006-01-05]

유시민·이종석의 입각과 '속성 배양론' [오마이뉴스 2006-01-06]

이해찬 "'유시민 대권주자설'은 상상력의 극치" [프레시안 2006-01-06]

‘이해찬·유시민 대망론’ 실체는? [문화일보 2006-01-06]

음모론이라고 하면 ... 역시 가장 유명한 것이 프리메이슨과 유태인음모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세계에는 눈에 드러나지 않는 이른바 그림자정부가 있어서 그들이 전쟁이나 혁명 등의 역사적인 대사건들의 배후에 있고, 세상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달착륙에 관한 음모론이나 외계인 음모론도 있고, 혹은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는 유명인들이 실제로는 살아있다는 음모론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음모론들이 있다.

[우태영의 글로벌 라운지] 전설로 부활한 비밀결사, 그 뒤엔 어떤 음모가… [주간조선 2005-07-26]

"'그림자 정부'는 인간 지배를 꿈꾼다" [오마이뉴스 2005-05-24]

[독서] 유태자본의 세계 정복음모 밝힌다..'보이지 않는...' [한국경제 1999-07-28]

[음모론] 세기의 음모론들 [한국일보 2004-05-06]

그런데 .. 음모론이라는 것을 자세히 살펴보면, 어느 것이나 신뢰할 수 있는, 혹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관계자의 증언은 대부분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데도]라던지 [XX는 OO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등으로 단지 이른바 상황증거라는 것을 음모론의 근거로서 이야기되고 있다. 여기에다가 [관계자의 증언은?]이라고 물어면 ... 언제나 [목숨의 위협 등으로 관계자들이 증언을 할 수 없다거나 폭로하려는 관계자가 기묘한 사고로 살해당했다]는 식의 답변만이 되돌아올 뿐이다.

상황증거라는 것은 아무리 많이 제시하더라도 신뢰성이 동반상승하는 것이 아니다. 상황증거는 1+1=2가 아닌 것이다. 결국 근거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이 상황증거만으로 그럴듯하게 쓴 글이라는 것은 신뢰할 수 없는 글일 뿐이다. 믿을 수 있는 근거가 하나만 발견되어도 수백가지의 상황증거만으로 쓴 글은 깨갱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 왜 음모론은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세상을 매우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들의 집합체인 사회 - 세계는 매우 복잡해서 그 진실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음모론으로 보면 매우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지식인인 체하는 자들은 [자신만이 진상을 알고 있다]는 투로 자기 과시욕의 일환으로서 음모론을 이용하고 있다. 자신의 지식이나 경험 등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모두 [음모다~~!!]라고 외치는 것은 매우 손쉬운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각종 정치사이트를 보면 얼마나 많은 부채도사나 점쟁이들을 볼 수 있는가? 그리고 황우석파동에 있어서도 얼마나 많은 설들이 난무하였는가? 그리고 뭔가 그럴듯하고 이해하기 쉬운 설들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는가? 인간은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찾아 헤메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얼마나 모순되고 불합리한 것인지 이성적으로 알고 있어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고 싶어하는 것에 혹하기 쉬운 존재가 우리들이다. 그런 우리들에게 음모론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명쾌하고 간단명료하게 이해시켜준다. 그래서 누구나 음모론을 듣거나 보면 그럴듯한 외양에 설명에 답변에 의문을 표시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음모론을 검색하다가 보니 다음과 같은 기사를 발견했다.

기사를 읽어보면 ... [이 사건은 데이비드 사우스웰의 저서 '미궁에 빠진 세계사의 100대 음모론'에 포함되기도 했다.]는 부분에서 사우스웰이라는 작자는 왜 칼비라는 넘이 죽은 것을 세계사의 100대 음모론의 하나로 거론한 것인지 의문이 들 것이다.

1982년 6월 18일 영국 탬즈강에 있는 블랙프라이어 다리에서 로프로 목을 멘 시체가 발견되었다. 시체의 신원은 이탈리아의 은행가였던 로베르토 칼비였다. 칼비는 시체가 발견되기 10일전부터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었다. 자살할 이유도 있었기 때문인지 경찰측은 단순 자살사건으로 처리하였다.

그런데 칼비의 죽음에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점들이 있었다. 먼저 로프가 묶인 장소가 발판으로부터 2m나 떨어져 있었고, 또한 고소공포증이 있던 그가 마지막 장소로 현기증 나는 높은 다리를 선택했다는 점 등이었다. 그리고 한번으로도 충분한 로프의 매듭이 2개였고, 주머니에도 의미를 알 수 없는 돌멩이가 2개 들어 있었다. 그래서 돈세탁 등과 관련된 비밀이 폭로될 것을 두려워한 마피아나 프리메이슨의 소행이라는 등의 타살설이 제기되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프리메이슨의 처형이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칼비가 죽은 블랙프라이어 다리는 칼비가 소속된 프히메이슨지부인 P2와 연관이 있다고 한다. P2의 회원들은 검은(블랙) 옷을 입고서, 서로 수도사(프라이어)라고 불렀다. 그리고 로프의 매듭이 2개인 것과 주머니에서 발견된 2개의 돌멩이는 P2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칼비의 사체사진도 다음 해인 1983년에 공개되면서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 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들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프리메이슨이 처음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보인 사건으로 이야기되어져왔다.

그런 칼비의 의문스러운 죽음이 마침내 실체에 다가갈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인 것이다. 중앙일보의 기사를 보면, 전 마피아 보스의 증언으로 마피아가 제거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뭐 아직 법정에서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지만, 마피아에 의한 타살설이 유력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 음모론적으로 보면 아직 아직이다. 왜냐고 ... 중앙일보의 기사를 보면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로마 검찰청은 피포 칼로와 사업가이자 프리메이슨 단원인 플라비오 카르보니를 기소했다. 코자 노스트라와 연계된 로마 조직폭력의 대부 에르네스토 디오탈레비와 칼비 행장이 죽기 직전 런던까지 같이 갔던 그의 연인 마누엘라 클라인스치히도 출두한다.

결국 칼비와 관련된 프리메이슨의 음모론은 법원의 판결과는 관계없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사람들은 마피아와 사업가, 은행가 등 프리메이슨과 관련이 없는 분야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역시 프리메이슨은 세계의 그림자정부라고 확신할 것이다. 흔히들 프리메이슨을 설명할 때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역사상 위인이라고 불리는 이들이나 미국의 대통령과 같은 각국의 권력자들의 이름과 함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계를 움직이는 조직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 프리메이슨은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비밀집단이 아니라 자신들의 존재를 숨기고 있지는 않다. 단체에 따라서 자신들의 홈페이지도 갖고 있을 정도로 공개된 집단이다. 그리고 가입도 무엇인가 대단한 능력이나 권력자만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누구나 가능하다. 형식적으로 2명의 추천인이 필요할 뿐이다. 프리메이슨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결국 가입비와 연회비가 필요할 뿐이다. 결국 괴짜경제학이라는 책에서 KKK단에 대한 설명처럼 프리메이슨도 비밀이니 권력자들의 집합체니 뭐니 하는 음모론으로 사람들을 혹하게 해서 돈벌이를 행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음모론에는 재미 이상의 그 무엇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믿을 수 없기에 믿는 것이 종교라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믿는 것이 음모론이다. 역사를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으로 파악해버린다면, 이름없는 인간들의 무수한 투쟁과 저항을 통해서 전진한 것들을 부정하는 행위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음모론이 사실이라면, 파업을 한들 투표를 한들 시위를 한들 글을 쓴들 무엇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음모론에 열광하는 사람들 - 음모론을 제기하는 쪽이나 그 제기된 음모론을 받아들이는 쪽이나 - 은 세상이 돌아가는 진실을 알게되었다고 자기암시적 착각증세를 보인다. 진실을 알고 있는 자신들은 대단히 뛰어난 족속으로, 또한 자신들 외의 인간들을 세상의 진실을 모르는 바보로 취급한다. 그들이 알고 있다는 진실이 기껏 개인이 만든 망상에 불과한데도 ... ...

미스테리나 불가사의계에서는 좀 유명한 대중적인 사이트로 괴물 딴지라는 곳이 있다. 뭐 내용은 어릴 때 동네 문구점에서 팔던 세계불가사의백과니 하는 소책자처럼 근거의 진위나 출처불명의 미스테리한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곳이다. 왜 갑자기 괴물 딴지이야기냐 하면 요즘 눈팅하다가 보니 딴지일보의 총수라는 분이 음모론을 제기하는 모양이다. 요즘 딴지일보가 예전과는 같지 않다는 말을 들었는데 ... 딴지일보의 총수자리 대신에 괴물 딴지의 주인장 자리가 더 좋은 모양이다.

[애국심은 양아치들의 마지막 도피처]라는 사무엘 존슨의 말을 비틀어서 딴지일보의 총수에게 말해주고 싶다. [음모론은 멍청한 바보들의 마지막 도피처]라고 ... ... 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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